본문 바로가기
우울증일기(일부비공개)

21. 우울증 일기 - 택배가 잘못 왔다.

by 스토리대전 2021. 3. 31.

오후 4시.

현관 밖에 물건을 두고 가는 소리가 들렸다.

물건을 확인해 보니 남성부츠였다.

 

분명 잘못온 물건이다.

송장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한 남성이 받았는데 택배가 잘못온 걸 알려줘서 고맙다 하셨다.

이후 택배사에서 전화가 왔다.

 

택배사에 우리집 주소를 알려주었는데 저녁이 되어도 물건은 그대로 있었다.

7시쯤 전화가 왔다.

내가 전화를 걸었던 번호.

부츠의 주인이었다.

 

그는 사례라도 해야하는데...하며 오토바이로 우리 집 근처까지 왔다.

난 도착했다는 전화를 듣고 약속에 늦은 사람처럼 뛰었다.

당연히 사례도 괜찮다고 그냥 오시라고 했었다.

 

그 사람도 자기잘못도 아니고 피해자인데 사례를 받고 싶진 않았다.

그냥 감사하다는 인사가 기분좋았다.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남성분으로 보였는데 헬맷을 쓰고 있어서

정확한 얼굴을 보진 못했다.

 

이후 바로 노래방을 향했다.

코로나가 끝났는지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꽃놀이를 하는 남녀들, 야외 테이블까지 동원한 술자리, 담배피는 아저씨들까지

마스크 쓴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다.

 

난 미세먼지에 민감해서 코로나 전에는 눈에 띄는 에어리넘 마스크에 보안경까지 끼고 다녔다.

 

그래도 패션은 괜찮았는지 대리분께서 그 보안경 진짜 잘 고른 것 같다고 말해주셨다.

하지만 난 그래도 조금은 창피했었는데 오늘 약간 그런 기분을 느꼈다.

 

노래방에 가면 옆방은 뭘 부르나 조금 들어본다.

노래로 유추해보니 오늘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었던 거 같다.

대학가 코노지만 덕분에 나도 내 나이대 노래를 많이 부르게 되었다.

 

돌아갈 때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그 중 키가 150대로 보이는 분이 날 쳐다보셨다.

난 시선을 느껴 그녀를 조금 관찰했다.

앞에는 신호등이었고 난 그녀 뒤에 서 있었는데 그녀는 양옆으로 몸을 비틀었다.

그러다 눈이 마주쳤고 그녀는 몸을 비트는 걸 그만두었다.

 

신기하다.

나와 눈을 마주치는 여성은 대부분 150정도 혹은 그보다 작은 키를 가지신 분들이었다.

내 키가 꽤 큰키의 여성키와 비슷하고 몸무게도 적게 나가는 편이라그런지 키가 작은 분들은

날 보며 '내가 저 키였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나도 피부가 정말 좋아보이는 여성을 본 적이 있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바로 눈에 보였다. 얼굴에서 물광이 나듯 보였었다.

처음 든 생각이 '너무 부럽다. 나도 한 땐 피부좋다는 말 들었었는데.' 였고 다음으로 든 생각이 '저 피부도 고생하다보면 금방 사그라들겠지..?' 하고 안타까워 했던거였다.

 

오늘 일기는 초등학생이 쓴 거 같다.

그래서 좋다. 우울함이 보이지 않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