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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이 보는 우울증 친구 손절

by 스토리대전 2022. 8. 7.

우울증은 개인차가 있다.

개인차에 원인에 따라 증상도 다르고 증상에 대한 반응 정도도 다르다.

 

우선 난 지금 우울증이 아니다.

우울감은 자주 겪지만 우울증은 아니다.

우울증을 겪을 때는 내 숨소리조차 듣기 싫어 짜증이 치솟았다.

스스로를 계속 굶기고 싶은데 2끼 이상 먹지 않아 배가 고파오면 짜증이 났다.

허기에 대한 짜증이 아니라 허기를 느끼는 몸뚱이에 짜증이 났다.

불면증에 걸렸다가도 하루에 16~18시간도 계속자고 또 자기도 했다.

 

어쨌든 우울증을 겪었던 내 경험으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집필하고 싶다.

 

<우울증 손절해야 하는 이유 + 우울증인 사람에게 손절 당하는 이유 >

1. 우울증은 병이다.

 

호르고 분비 장애로 인한 병이다.

정신력으로 이겨내라?

생활습관부터 바꿔라?

불가능하고 사실 크게 의미도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울증인 사람에게 씻고 규칙적으로 식사 챙기고 운동하라는 말은 불가능한 걸 주문하는 것이다.

 

하루종일 30도가 넘는 땡볕에서 일하다가 샤워하고 에어컨 켠 상태에 이불 속에서 잠을 참으라는 주문이랑 다를 게 없다.

정도에 따라서는 이걸 이틀 또는 삼일 안 잔 상태에서도 잠을 참으라고 주문하는 것과 비슷하다.

불면증이 없으면 이 주문은 받을 수 없다.

 

의미도 없다고 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울증이라도 그나마 괜찮을 때가 있는데 정말 억지로 힘을내서 밥을 먹는다.

먹는 도중에도 '이걸 왜 먹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고 운동을 해도 '아, 짜증난다.'는 생각이 든다.

뛰다보면 분명 호르몬이 좋게 작용한다는 느낌도 들지만 뛰는 도중에도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하며 우울해졌었다.

뛰면서 좋은 호르몬이 나오다가 도중에 부정적인 생각이 튀어나올정도로 호르몬의 변화가 느껴졌었다.

 

2. 손절하라고 말하는 건 우울증인 사람 또는 겪었던 사람들이다.

 

우울증이 심하게 오면 불치병처럼 느껴진다.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평소 아끼던 사람들이 손절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연락을 피하고 연락을 하지도 않는다.

 

회피형이라서 그런 거 아니냐고?

그럼 병원에 입원한 사람한테도 회피형이라서 연락 안 되냐고 물어봐라.

회피형이 아니다. 다른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너무 아파서 연락할 기력도 없고 못난 상태도 보여주기 싫은 것이다.

 

물론 상대를 지치게하는 우울증도 있다.

이 경우는 사람마다 다르고 필자도 몇년을 받아줬었던 때도 있었다.

근데 이건 아직 심한 단계는 아니고 초기다.

초기 우울증을 중증이 아니라고 패션우울증이라며 비하하진 마라. 그냥 손절해라.

(물론 타인에게 얘기한다고 전부 초기 우울증은 아니다.)

나도 이럴 때가 있었는데 이건 상대가 먼저 연락이 왔을 때 머리에 온통 '아프다', '힘들다'는 생각 뿐이라 부정적인 얘기만 나오는 것이었다. 어떤 연락도 없던 사람에게 이러진 않는다.

 

그리고 몸에 변화를 주면 이 상태는 일시적으로 금방 호전된다.

그 변화는 사우나든 술을 마시든 어떤 것이든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변하긴 한다.

 

3. 우울증인 사람도 이해한다.

 

우울증인 사람을 갑자기 손절하면 물론 힘들어할 것이다.

행복하던 사람도 가깝지 않던 누군가가 자신을 손절하면 기분이 가라앉는 게 인지상정.

인정욕구를 무시당하는 행위니까.

 

우울증에 걸렸을 때는 손절을 이해하기 어렵다.

대신 우울증이 낫고나면 '나라도 손절했을 거야.' 혹은 '그 때 손절 당해서 차라리 다행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날 손절한 사람과 나중에 우연히라도 마주쳤을 때

'인사라도 하고 싶다.' 라는 마음 반.

'그래 계속 꺼져라.' 라는 마음 반.

둘의 마음이 공존하는 건 아니고 때마다 다른 마음이 든다.

 

손절해서 그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할 거 같아 불안하다면 생각해라.

우울증에 걸린사람은 사별로 가족과도 등질 준비가 되어있다.

난 10대까진 죽음과 죽을 때 받는 고통이 두려웠는데 이후엔 '언제든 죽을 수 있는 거지.' 라는 마음이 든다.

그 후론 고통만 두렵지 죽음 자체는 두렵지 않다.

(물론 지금은 우울증이 아니라 이런 생각은 안 한다.)

 

그리고 정말 그 사람이 극단적 선택에 성공했고 당신이 그 사람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그리워한다면.

그건 오히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 고마워할 것이다.

살아서는 날 만나기 싫어했던 사람이 내가 죽어서는 기억해준다니 당연히 고맙다.

 

원망할 수도 있을 거 같긴한데 그건 그 사람의 성향 혹은 인성에 대한 차이다.

우울증인 사람이 다 똑같진 않다.

같은 병을 앓고 있다고 모두가 똑같은 사람은 아닌 것처럼.

 

4. 못 견딜 거 같아서.

 

우울증인 친구가 당신을 손절했다면 그건 무기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친구가 당신만 손절했다면 그건 못 견딜 거 같아서다.

 

우울증인 사람이 당신을 견뎌내기 힘들어 하는 경우가 될 수도 있고

우울증인 사람이 당신이 자신을 견뎌낼 수 없을 거 같아서도 있다.

 

전자의 이유는 너무나 다양해서 예시를 들어도 큰 의미는 없다.

손절은 안 했지만 내 경우엔 '정신병 있는 사람들 무섭지' 같은 말에 그 사람과 거리를 두고 싶어지고 싶긴 했었다.

정신병을 '예비 범죄자' 혹은 '통제불능 불발탄' 정도로 여기는 말이 들리면 견디기 힘들다.

 

후자의 경우엔 당신이 너무 '여려보여서' 일수도 있고 '행복해보여서' 일수도 있다.

여리고 행복하게 자란 사람이 이런 불행과 불평을 갖고 있는 내 주위에 있다보면 병들 거 같은 생각이 든다.

또 처참한 자기 심정과 비교되서 꼴 보기 싫을 때도 있고.

 

5. 언제든 죽으려고.

 

죽음을 이미 많이 고민해봤다면 알 거다.

내 죽음을 알리고 싶지 않다는 거.

알리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정말 초기다.

초기 이후에 괜찮아지거나 더는 진행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 이후 급속도로 악화되는 사람도 있지만 죽음을 알리고 싶어하는 경우는 죽고 싶은 마음이 든 초기다.

 

손절해서 거리를 두면 내가 언제든 죽어도 그 사람에겐 안 알려도 되니 편하다.

실제로 죽진 않아도 언제든 죽을 수 있는 방법을 갖는 게 우울증인 사람에겐 위안이 되기도 한다.

 

이런 상태가 오면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다.

그냥 조용하고 확실히 죽는 방법과 죽을 장소를 제공 받고 싶다.

그래서 인간관계를 극단적으로 축소시킨다.

 

 

우울증인 사람을 손절해야하는 이유와 그 사람들에게 손절 당하는 이유는 이 정도다.

지금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라는 뜻이지 이게 전부는 아니다.

 

우울증 상태에서 벗어난 난 날 손절했던 사람들 또는 내가 손절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가슴 아프지만 일단 손절해라.

솔직히 손절하라고 하는 나도 '손절하지 마라.', '나을 때 서로 그리워 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우울증은 정도에 따라선 심각한 병이다. 호르몬 분비 장애다.

그러니 일단 손절해라.

 

감기 걸린 친구랑 잠깐 거리를 두잖은가?

친구가 나으면 다시 만나기도 하고.

 

우울증도 그럴 수 있다.

다만 불치병으로 생각 될 정도로 낫기가 힘들고 오래걸리니 손절하라는 거다.

손절하고 언젠가 다시 만날 수도 다시 연락할 수도 있다.

정말 다시 보고 싶고 그립다면 염치 불고하고 연락할 순 있다.

연락할 방도가 전부 끊겼다면 신나게, 즐겁게 살아라.

그럼 그리워할 시간도 줄어들 거다.

 

그럴 자신 없어도 일단은 손절해라.

손절하는 사람, 당하는 사람 둘 다를 위해서.

 

어떤 관계든 단절을 고민하는 관계는 좋은 관계가 아니다.

고민한 순간부터 사실상 끝이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상대도 눈치 챘을 것이다.

머리로는 눈치채지 못할 수 있어도 감으로.

그 상태로 시간만 지체한다면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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