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집돌이다. 히키에 가까운 집돌이에 새로움에 도전하기보다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경험도 적고 작가도 아닌 내가 필력 높이는 방법에 대해 떠드는 게 우스울 수 있다. 그래도 필자는 스스로의 필력이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차근차근 늘어난 게 아니라 일순간 늘어나 있었다. 이런 내 설명이라도 읽을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읽고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살아라(경험해라), 읽어라, 봐라, 들어라, 말해라, 먹어라, 냄새 맡아라.
우리는 노력없이도 경험이라는 걸 한다. 매일 일어나고, 씻고, 먹고, 무언가를 하거나 안 하고, 누군가를 만나거나 안 만나고, 깊이 잠들거나, 꿈을 꾼다. 모든 게 경험이다. 특별히 노력할 것도 없다.
학교에 다니는 사람들, 출근하는 사람들은 일어나서 씻고, 나가서 움직이고 익숙한 또는 새로운 누군가를 만난다. 대화를 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거나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고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경험은 우리에게 많은 걸 줄 수 있다. 특히 새로운 경험이라면 그 양은 내 그릇에 다 담을 수 없는 양일 것이다. 새로운 걸 겪으면서 얻는 감정, 순간의 분위기, 새로운 사람이나 동물의 행동과 말, 경험을 하기 직전의 감정, 경험하면서 느낀 오감의 상태, 경험 후 오는 감정과 느낌, 새로웠던 걸 알게된 후의 생각과 마음.
꼭 새로운 것이 이전에 없었던 것만을 말하진 않는다. 어제 대화했던 친구를 만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다. 어제의 대화를 그대로 재연한다 해도 느낌과 생각, 시간은 처음인 것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먹지 않던 음식을 먹고, 읽지 않던 것들을 읽고, 재미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보고, 나와는 상관없다고 여겼던 이야기를 듣고, 냄새가 나지 않을 거 같던 물건의 냄새를 맡아라. 전부 새로운 경험이다.
우린 모르는 걸 쓸 수 없다. 아는 게 많아야 말도 글도 많이 나온다. 그렇다고 경험이 적어서 글을 못 쓰진 않는다. 같은 경험이라도 누군가는 100을 얻고 누군가는 0을 얻는다. 그러니 경험의 절대 양이 적다고 주눅들지 마라. 억울했던 경험, 주변에게 외면 당했던 경험, 아무도 내게 신경쓰지 않았던 경험,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경험. 모든 것이 경험이다. 지금 글이 안 나와서 답답한 것마저 경험이다.
2. 생각해라.
사람의 수준은 다를 게 없다. 사람은 평균 지능만 된다면 사실 다를 게 없다. 중학생 2학년 때 윤리 수업에서 안락사에 대한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초반에는 '수준 낮다.'고 생각되었지만 수업이 끝나갈 무렵엔 수준이 많이 올라가 있었다. 재밌게도 이건 미 명문 대학생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도 처음엔 중학생들의 처음과 똑같았고 시간을 쓸 수록 괜찮은 발언들이 나왔다. 그 과정에서 나온 발언들까지 중학생이었던 우리들과 다를 게 없었다.
위의 얘기로 말하고 싶은 건 생각하는 시간의 차이가 생각의 깊이 차이라는 거다. 그렇다고 안락사나 사형제 같이 무거운 주제만 생각하라는 건 아니다. 오늘 점심으로 해물 볶음밥을 먹었다면 그 메뉴를 선택했던 이유를 생각해라. 먹었을 때의 기분을 생각해라. 먹고 난 뒤 무엇을 할 것이었는지 생각해라. 어떻게 먹었는지, 얼마나 먹었는지 생각해라. 그리고 그 때의 감정들을 적어라. 적지 않아도 좋다. 일단 떠올려 봐라.
생각하지 않고 내면에 집중하지 않으면 글은 행동을 적어 놓은 게 된다. 생각의 차이가 글의 분량은 물론 깊이에서 압도적 차이를 가져 온다.
누군가 해준 음식을 먹었을 때를 가정해보자.
생각을 빼면 먹었다는 사실과 맛, 그 사이에 있었던 대화와 느꼈던 오감이 전부다.
하지만 생각을 넣으면 먹었다는 사실과 맛, 대화와 오감은 물론 추가적인 것들을 넣을 수 있다.
그 음식을 먹음으로써 예전에 있던 경험을 떠올릴 수 있다. 추억하고 싶은 사람과 같이 먹었던 음식이라면 그 사람을 추억할 수 있다. 음식의 맛이 변했다면 만들어 준 사람의 심리를, 경험을, 상태를 예측하거나 알려고 노력할 수 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는 생각이란 평소에 무심코 지나는 경험들까지 생각하란 것이다. 무심코 지나쳤으면 지나친 다음에라도 생각해라. 글을 쓸 때도 뭘 쓰고 싶은지 어떤 감동을 주고 싶은지 어떤 재미를 주고 싶은지 누가 읽을지 생각해라.
3. 문장을 레고라고 생각하고 갖고 놀아라.
문장을 가지고 놀라는 말은 말 그대로다. 문장을 하나의 장난감이라고 생각하고 갖고 놀아라. 레고를 이어서 새로운 모양을 만들고 다른 모양을 이어서 특별한 모양을 만들고 어떤 부분을 바꿔서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들 수도 있다. 문장은 답이 정해져있는 퍼즐이 아니다. 그러니 마음껏 가지고 놀아라.
다음 문장을 갖고 놀아보겠다. [핸드폰을 온종일 가지고 놀았다.]
가지고 온종일 핸드폰을 놀았다.
핸드폰을 가지고 온종일 놀았다.
놀았다. 핸드폰을 온종일 가지고.
강아지를 온종일 가지고 놀았다.
핸드폰을 간헐적으로 만지고 놀았다.
핸드폰을 온종일 가지고 연락 했다.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핸드폰만 했더니 불쾌한 공허감이 들었다.
핸드폰을 온종일 들고 있었지만 날 찾는 연락은 없었다.
받기 싫은 연락이 계속 왔지만 무시하고 휴대폰을 만졌다.
온종일 휴대폰을 보고 있자니 내 꼴이 처량했다.
이전엔 온종일 컴퓨터를 만졌는데 이젠 핸드폰 중독이 되어 있었다.
내게 핸드폰은 유일한 창구였지만 그 존재가 오히려 작은 방에 쓸쓸함을 채웠다.
가지고 놀면 내가 알고 있는 단어와 자주 쓰는 단어들, 글을 쓸 때 습관 같은 게 나온다. 새로운 단어를 배우고 문장 구조를 신경쓰는 것도 좋지만 이것의 가장 큰 장점은 글 쓰는 시간을 단축시킨다는 것이다. 간단한 표현만 하다보면 간단한 표현만 나온다. 그런 표현들은 글을 전혀 안 쓰던 사람도 할 수 있다. 그러니 간단한 글을 써서 가지고 놀아라. 놀다보면 저절로 표현력은 늘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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