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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일기(일부비공개)33

35. 우울증 일기 - 궤변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이건 내가 떨리는 마음을 잡기 위해 상담사에게 처음 했던 말. 오늘은 인간본성을 폭로하기 전에 하는 말. 초1, 8살의 난 담임이 잠시 자리를 비운 날 불을 껐다, 켰다 반복하며 장난치는 녀석에게 소리쳤어. 솔직히 난 상관없었는데 니들이 눈 아프다며 낸 짜증에 나섰던 거였지. 그 뒤로 담임은 이유 없이 날 때렸고 니들은 날 피했지. 담임은 그 이후로 매일 이유 없이 날 때렸고 애들은 날 얕잡아 봤지. 1년이 지나고 알았어. 장난치던 그 새끼가 담임의 아들이었다는 거. 그 때 겪은 일 중에서 내가 니들에게 극찬을 보내는 점은 뒤에선 날 집에 초대했다는 거야. 길도 모르는 곳까지 초대하고 데리고 놀다가 나 몰라라 버렸지. 덕분에 길을 잃은 적도 많았지만 어쨌든 집은 찾.. 2022. 5. 21.
34 지진아 취급을 당해도 돈 계산은 헷갈리지 않았던 나. 본능이었나봐. 아주 어릴 적 본능. 가장 믿을 수 있는 건 돈이라는 본능의 가르침. 낙제랑 다를 거 없는 점수를 받고 다른 과목은 공부 안해도. 공부하는 것마저 방해 받았던 때도 경제만큼은 1등급이었던 이유. 본능이었다. 돈 보다 믿을 수 있는 건 어떤 것도 없다는 어릴 적 본능. 돈으로 사람을 부리는, 마음을 사려 하는, 잡아 두려는 것들은 전부 돈보다 못 한 덩어리들 뿐이다. 그런 것들을 어찌 고귀한 생명이라 부르리. 죽음보다 못한 삶이란 그런 덩어리들의 삶이니 그들을 불쌍히 여겨 얼른 데려가시길. 서럽다. 더는 기쁘게 해주기 싫다. 지쳐도 너무 지쳤다. 왜이렇게까지해야돼. 마음이 너무 늙었어. 어린 나이에 조숙하길 강요 당했어. 나이에 맞게 미련.. 2022. 4. 25.
31. 우울증 일기 - 플레이리스트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W8Gj_VB66rHPZcTc9ogKhALaOuv1tLyr 아마자라시 www.youtube.com 팝 - YouTube 팝 www.youtube.com 2022. 4. 18.
30. 우울증 일기 - 다 싫다 이상해. 읽을 수가 없어. 머리가 이해를 거부해. 예전의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지금 원하는 건 위로도 공감도 아니야. 술도 커피도 아니야. 동정하지마. 그냥 내게 남은 행복이 없단 걸 알려줘. 원인이 사라질 때까지 도망쳐야 해. 가식과 노력이 아닌 순도 높은 사랑을 받아야 해. 그렇지만 난 도망칠 힘도 없고 사랑 받을만큼 매력적이지도 않아. 그렇지 못해서 포근한 상상을 해. 언제든 고통없이 영면에 들 수 있는 약을 얻는 꿈. 품에 안고 자면 어릴 적 안았던 강아지만큼 따뜻할 거 같아. 원하는 걸 포기하고 숨 쉬는 것에 몰두하면 내가 나로 사는 걸까. 욕심을 끌어 안고 약해지는 숨결을 외면하면 내가 나로 사는 걸까. 난제는 싫어. 어려운 사색은 싫어. 왜 태어났지란 자문을 왜 15살부터 했을까. .. 2022. 4. 18.
29. 우울증 일기 - 혐오 주의 남자들이 주기적으로 물이차듯 여자들이 주기적으로 뿜어내듯 내 머리는 주기적으로 혐오가 차서 이런 걸 뿜어내지 잘 배우신 분들은 이런 걸 오물이라 칭하지. 그럼 난 말해줄 수 있지. "오물이라 칭하면서 너희들이 가장 바라던 거." 학문, 종교, 도덕, 윤리, 정의 더 떠들어봐. 그래봤자 니들이 가장 원하는 건 돈과 섹스. 고결한 척 할 수록 그 위선이 나에겐 더욱 잘 보여. 섹스는 더럽고 자위는 깨끗한가? 한 사람과의 섹스는 깨끗하고 다수와의 섹스는 더럽나? 섹스는 더럽고 사랑과 결합은 숭고한가? 그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 봐. 내가 떠돌이 개새끼를 사랑하는 정도나 되면 마리 다리외세크가 말한 '암퇘지'정도는 되지. 왜곡 된 성 인식이라고 지껄이는 것들이 강간 영상을 보며 좆을 잡지. 여자는 성욕이 약.. 2022. 4. 9.
27. 우울증 일기 - 5년 동안 노래방을 너무 자주 찾았다 26살 겨울. 아직 내가 우울증이란 걸 전혀 자각하지 못할 때. 23살부터 갑자기 해외축구에 관심을 갖고 어느 날부터 통증이 느껴지는 악몽을 꾸고(무의식적으로 자는 동안 손톱으로 내 몸을 찌르고 있었기에)불면증에 시달렸었지만 우울증이라고는 상상도 못 할 때였다. 스스로 알게 된 건 30살의 겨울 무렵이었으니. 혼자 노래방에 자주 갔다. 학창시절 스트레스에 친구들과 함께가는 노래방이 아닌 뭔가에 집중할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매일같이 갔었다. 하루에 1번 가는 날은 낮이나 저녁, 하루에 2번 가는 날은 점심과 저녁에, 하루에 3번 가는 날은 새벽, 낮, 저녁에. 질리지도 않고 갔었다. 정말 많이 간 날은 1달에 10만원 이상을 썼었는데 내가 자주 가던 곳은 1,000원에 6곡을 주던 곳이었다.(이곳은 2년.. 2022. 3. 19.
26. 우울증 일기 - 스트레스 해소 방법 노래를 듣다가 쓰고 싶은 구절이 생겼다. 작문을 하다가 새로운 글이 쓰고 싶어졌다. 내가 가장 취약한 '사랑'을 주제로. 사랑이라면 분명 행복하다는 감상을 줘야할텐데 내 글에는 '슬픔'과 '애틋함' 비스름한 것들로 채워지고 있다. 말에는 생각이 묻어나고 글에는 경험이 묻어나는 것 같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농담에도 일말의 진심이 담겨있고 오글거리는 글귀도 쓸 때 만큼은 진심이다. 풋풋한 감정을 드러내는 글을 쓰다가 문득 10살 때 즈음의 기억이 떠올랐다. 체육시간에 줄넘기를 허리에 묶는 모습을 끝까지 보던, 살색 색연필을 빌려 달라던, 다른 남자애가 내게 볼뽀뽀로 장난 치는 걸 구경하던, 하굣길 경사진 집 앞 언덕까지 따라와 필통을 빌려달라던 여자아이. 당시의 난 기대 이상의 관심을 받는 게 두려웠던 .. 2022. 2. 23.
25. 우울증 일기 - 유서를 쓰고 싶다 슬픈 노래를 듣다가 벌써 10개월 전 읽었던 글을 다시 읽으러 갔다. 내용은 친구의 자살이고 집필자는 죄책감을 느끼는 글을. 이 일기를 쓸 때의 감정은 항상 비슷하다. 유서를 쓰고 싶다. 그 때 마다 항상 조금은 마음이 변했었다. 그래도 아직까지 변하지 않는 게 있다. 그 내용은 평소에는 용기가 없어 말하지 못하는 내용이다. 유서를 쓴다면 밑의 내용들은 반드시 넣고 싶다. 너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나라는 사람을 알려고 해 줘서 고맙다. 차가운 표정, 차가운 말투밖에 하지 못하는 내게 관심을 줘서 고맙다. 진심으로 바란다. 내 죽음을 알게 된 사람들이 행복하게 내 죽음에 대해 얘기하기를. 장례식은 필요없다. 진심이다. 부고로 부담을 주기도 시간을 뺏어 귀찮게 하기도 정말 싫다. 내가 .. 2022. 2. 6.
마인트롤 복용 1일차 새벽 6시 40분경 1알. 항상있던 불안감이 조금은 잡히는 기분이다. 이 일을 해도 될까? 다른 일을 더 찾아보고 지원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일을 하는 게 맞을까? 그 동안 쉰 기간을 만회하려면 공부를 더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방황들은 사라지고 조금 차분해졌다. '일단 돈 부터 벌자.'는 내 기초적 마인드가 작용했다. 무의미해 보이는 작은 돈벌이가 작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20대의 '실패해도 괜찮다.'라는 마음의 안정감과 뒷목이 땡기는 느낌이 동시에 온다. 입 안에선 아저씨 냄새가 나는 기분이다. 낮 1알. 13시 50분. 여전히 괜찮다. 이 느낌때문에 약물중독되는 경우가 있구나 싶다. 참고로 이 느낌은 마음이 건강할 때의 기분이다. 저녁 1알. 먹은지 30분도 되지 않아 괜찮지 않다. 약효가 전혀 .. 2021. 11. 15.
24. 우울증 일기 - 욕구가 치솟는다. 괜찮아졌었다. 완벽히는 아니지만 이런 기분은 들지않았었다. 그래서 일기도 몇 달 쓰지 않았다. 괜찮지 않다. 이게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다. 그나마 가깝게 설명하자면 죽자니 무섭다. 무서우면서도 참을 수 없는 화가 날 때랑 비슷하다. 참다참다 화를 못 버텨 일을 저지르는 것처럼. 죽고싶은 감정이 너무나 자주 솟구친다. 매번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한계치를 간단히 벗어난다. 인간들의 위선만 생각해도 토할 거 같고 차별도 지친다. 또 짜증나는 건 죽고싶어도 편하게 죽지 못하게 하는 시스템. 난 심약한 생명체일 뿐. 죽고싶은 마음이 솟구칠 때 죽지 못하면 죽음이 두려워진다. 이럴거면 마약이라도 합법으로 해주지. 마약은 정신과약, 마취제로도 쓰이는데 왜 개인은 못 하는지 아쉽다. 세금에 미쳐 담배도 팔면서 말.. 2021. 10. 1.
23. 우울증 일기 - 속초로 놀러 갔다. 강원도 인제에서 군생활을 했기에 강원도는 싫었다. 같이 간 친구 P도 오줌도 안 싼다고 했지만 우린 결국 강원도 속초로 놀러 갔다. 전말은 이랬다. 밤에 일하는 친구 H가 일하는 곳에서 스트레스 때문인지 퇴근 직전에 술을 마시자고 전화를 했지만 난 자고 있었다. 내심 미안함에 내일 퇴근 전이 아니라 아침에 미리 연락을 달라고 했다. 연락이 없기에 난 주식을 살펴보다 잤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니 또 퇴근 전 30분에 연락을 했던 것이다. 또다시 다음 날. 난 3번이나 물었다. "술 안 마실 거야?", "안 마셔." H의 대답은 확고했다. 그럼 알겠다고 하고 잤다. 잤는데 5시간 전에 안 마신다던 H가 자고 있던 날 전화로 깨우더니 노래방으로 불렀다. 다른 사람하고 마셨는데 아쉬워서 2차를 하고 싶다고 부른.. 2021. 5. 5.
22. 우울증 일기 - 우울증을 밝혔지만 날 떠나지 않은 친구들 친구가 일자리를 구하느라 고민이 많다. 다른 친구가 일자리를 구해줄 순 있지만 워낙 힘든 일이라 추천은 안 하는데 일자리를 구하는 친구는 계속 고민하기에 "만나서 얘기할래?" 라고 물어봤더니 일자리를 구하는 친구가 카톡으로 일자리를 구해줄 수 있는 다른 친구에게 오랜만에 보자고 했다. 그러자 바로 일하던 그 친구가 내게 전화를 한 뒤 나오라고 한다. 전해줄 물건도 있고 추천해줄 수 있는 일을 정확히 듣고 싶은 것도 있어서 나도 나갔다. 혜화에서 예전에 한 번 갔었던 회전초밥집에 가서 일 얘기를 조금 나눴다. 덕분에 일을 구하는 친구의 생각도 조금 확고해진 것 같다. 내가 원하던 그림이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우리 집 근처 혜화까지 나온 친구를 초밥만 먹이고 보내긴 아쉬웠다. 다른 친구도 일하는 시간이 많아.. 2021.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