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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일기(일부비공개)

18. 우울증 일기 - 자살을 이해하실 수 있나요?

by 스토리대전 2021. 3. 19.

오늘도 뜬금없이 갑작스럽게 욕구가 치솟았다.

슬픈일도 없는데 눈물이 나고 더 울고 싶어졌다.

코가 막히고 압으로 인해 귀가 아프다.

 

목을 매는 방법을 찾아보고

기름에 불을 붙여 내 몸을 태우는 상상을 한다.

무섭다.

 

죽음 자체는 이미 무섭지 않게 된지 오래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남겨진 사람들이 받게 될 고통이 제일 무섭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떠나 아파할 사람들은 내 곁에 있어준 사람들 뿐이다.

 

그들이 날 위해 한 고생들과 성의를 전부 무시하는 행동이다.

삶을 포기하고 죽음을 택했을 때 고통받는 게 

날 버리거나 날 고통스럽게 하던 사람들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 친구, 지인들이라니 너무 미안하다. 못 할 짓이다.

 

내가 죽어버리면 그들이 해준 위로가 내게 전혀 도움이

안됬다는 말로 답하는 것과 같다.

난 그리 모질지 못하다.

 

살다보면 주위에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 경험상 사람이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는 2가지가 있다.

 

하나는 멍하니 무기력하게 시간이 경과하는 것만을 느끼며

삶을 전부 놓고 어떻게 하면 확실히 죽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

이런 감정을 17살 때 처음 느꼈다.

그 땐 죽고 싶은 사람은 다들 이런 느낌이겠지 생각했다.

 

또 다른 하나는 갑작스럽게 치솟는 자살욕구다.

먹는 약을 구비해놨다면 분명히 먹었을 것이다.

정말로 그렇게 죽고 싶다면 목이라도 매달라고 할 테지만

이 상태는 무기력보단 병마와 싸우는 느낌이다.

일단 아프다. 그리고 춥다. 겨울이건 여름이건 춥다.

고통스럽기에 물리적 죽음을 준비하기 어렵다.

그러면 화학적인 걸 찾게 되는데 바로 구할 수 없으니

잠잠해질 때까지 울거나 아파해야만 한다.

 

나도 정상인으로 살 때가 있었으니 안다.

다 헛소리고 관심끌려고 하는 소리 같아 보인다는 거.

 

간혹 뉴스에 자살에 관해 나오는 걸 봤을 것이다.

좋은 직장(공무원, 대기업, 공기업)에 다니던 사람들의 자살.

명문대생 또는 아직 살 날이 많은 학생들의 자살.

 

사람들은 그 죽음이 안타깝다고 말하면서도

직장이야 그만두면 되지, 아직 뭘 해도 될 나이인데

왜 그리 죽음을 서둘렀는지 이해를 못한다.

 

그런데 자살이란 걸 진지하게 1달 또는 그 이상 고민했던 사람이라면

대충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느꼈을 감정을 대강은 짐작할 수 있다.

 

생각이나 할 수 있나?

그렇게 들어가기 힘든 공무원에 합격해서 몇 년 있다가 죽는사람의 마음.

죽음대신 그만두는 걸 택했을 때의 미래.

죽음대신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가족들의 실망과 안타까움.

죽음대신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면서 지칠 때 당시 그만둔 걸 후회할 시간.

죽음대신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위해 준비하며 느낄 불안감과 우울함.

죽음대신 직장 상사들에 굴하면서 비참함을 느끼며 살 현실.

그렇게 살면 삶의 2/3는 상사들에게 굴하면서 살기위해 써야한다.

 

학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리고 여린 마음에 실패로인해 실망을 줬을 때 부모님의 얼굴.

어리지만 자신을 위해 투자한 돈과 시간을 알고 있다.

실패하고 재도전 했을 때 집안가계에 미칠 영향.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려 할 때 친구들과의 관계.

치열하게 경쟁하며 선두에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의 실수로

친구들보다 훨씬 뒤쳐진다는 괴로움.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누군가의 이목을 끌려고

누군가에게 이해받으려고 죽음을 택하는 게 아니다.

 

당신은 사람을 죽여본 적 있는가?

아니면 동물을 죽여본 적 있는가?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것도 쉽지않다.

실수로라도 사람을 죽이면 죄책감에 시달리는 게 인간이다.

사람이 아니라 동물을 죽여도 마음이 아픈데

 

자신을 죽일 때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이고 어떤 각오인지

자신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함까지 안고 가는 행동을

최후의 수단을 선택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나?

 

당신은 사는 게 더 힘들다면서 죽는 걸 더 두려워하고 있진않나?

그게 정상이다.

당신은 정상이다.

 

자살한 사람이 있다면 이해하려고 하지 마라.

당신의 척도로 당신이 아는 정보로 그들이 앓고 있는 아픔을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걸 함부로 털어놓을 수도 없거니와

털어놓는 것 자체가 폐가 된다는 걸 알기에 함부로

얘기하지도 않으려한다.

 

주위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힘든 걸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 별 시덥잖은 얘기로 당신을 지치게 할 수 있다.

그래도 그 사람이 소중하다면 들어주어라.

그 사람이 죽어도 상관없다면 괜찮지만...

 

힘들어하는 사람도 정상인의 힘든 얘기도 모두 들어주고

내 아픔을 꺼낼 때 버림받은 사람의 말이니 조금은 들어주길 바란다.

 

그래서 날 걱정해 떠나지 않은 이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내가 죽는 게 그들에게 못할 짓이라 스스로 죽이는 게

미안하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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