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행복하다고 느낀 건 22살이 마지막이다.
그 이후의 꿈은 항상 불쾌하거나 식은땀이 나는 꿈들 뿐이었다.
포박당한 채 신체 일부가 토막나거나
재입대를 하거나
분명 제대했는데 다시 군사훈련을 받거나
날 죽이러 오는 사람들에게 저항하거나
또는 날 죽이러 오는 사람들에게서 도망치거나
끔찍한 소리로 내 옆에서 자살하는 사람을 보거나
들키고 싶지 않은 일을 들켜 지금의 작은평안이 무너지거나
그런 꿈들이었다.
최근엔 수면시간이 너무 많아 꿈도 꾸지 않았다.
그래서 차라리 괜찮았다.
무기력과 과다수면으로 사는 게 가치없이 느껴졌지만
요즘 화나는 일이 너무 많아 스트레스가 차니
다시 꿈을 꾸었나보다.
그 꿈은 아무렇지 않게 가족을 죽이는 꿈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족들 일부가 화약고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확히는 집안에 발화무기들이 잔뜩 있었다.
그 곳에 난 무덤덤하게 발화무기를 발사했다.
죄책감이나 망설임은 없었고 그저 심심풀이로
아무생각 없는 행동이었다.
꿈이지만 연달아 폭발하는 무기들에 동요했다.
가족을 죽일 땐 아무생각 없었지만
폭발하는 무기들을 보면서는 살아있길 바랐다.
'살아있을 수도 있겠지?'
그렇게 바라고 폭발이 끝난 곳을 보니
가족들은 다 타버려 마치 화장을 마친모습이었다.
그 사실에 슬퍼졌고 허망했다.
내가 무슨짓을 했는지 이제 곧 나도 죽을 거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만이 맴돌았다.
그렇게 꿈에서 깨고
'꿈이라 다행이다'라고 안도를 하면서도
핸드폰으로는 꿈에대해 알아보았다.
누군가를 죽이는 건 다행히도 길몽이라는데
꿈에서의 공포와 허망함이 깨서도 지워지진 않았다.
내가 살해당하는 꿈도 악몽이었지만
죽이는 꿈도 악몽의 느낌이다.
그래도 이전과의 악몽들은 내가 고통, 절망, 살해를 당하는 꿈이었다면
오늘의 꿈은 반대로 내가 누군가를 죽이는 꿈이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당하는 꿈은 흉몽이고
누군가를 해하는 꿈은 길몽이라니
그나마 위안삼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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