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자이기 때문에 동안여자는 어떤 경험을 하는지 모른다.
남자로 살아온 내가 본인이 진짜 동안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얼굴에 대한 스트레스다.
동안이여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많다면 당신은 동안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냥 주위에서 예의상 하는 말이다.
나도 누가 나이를 물어보면 일부로 엄청 적게 말한다.
특히 상대가 여자일 땐 최소 5살 심하게는 10살 어려보인다고
거짓말로 답한다. 내가 눈썰미가 안 좋은 게 아니다.
그냥 예의라고 배웠기에 그렇다.
당신이 기분좋게 동안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당신은 착각을 하는 중이고
당신을 밑에사람 대하듯 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면 진짜 동안인 것이다.
동안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사람들의 무례함에서 가장 많이 온다.
내가 겪은 일들 중 기억에 남는 몇 가지만 서술해보겠다.
1. 초5일 때 초3인 동생들에게 아무리 말 해도 믿지 않아 초5 교과서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놈들은 끝까지 믿지 않았다.
2. 중3 하굣길. 어느 아주머니가 "1학년 이니?" 라며 자기 아들을 내게 묻는다.
"아뇨." 라도 답해도 내 말은 무시하고 자기 아들을 내게서 찾는다.
아들 명찰 색 정도는 기억해 주세요...
3. 고1 하교길. 이번에도 어떤 아주머니가 묻는다. "너도 ㅇㅇ중으로 배정받았니?"
"저 고등학생이에요." 내 대답은 무시하고 하는 말이
"너도 1학년이니?"
"...고등학생이고 전 그 중학교 졸업생이에요." 하고 그냥 가버렸다.
아주머닌 내 말을 듣지 않았다.
4. 고2 광화문 교보문고. 수험서를 찾는데 나오지 않아 알바하는 누나들에게
"수험서 어디있어요?" 라고 물어보고 그 길로 갔는데 나오는 게 중학교 책이었다.
뭔가 수치스러웠다.
"친구가 고등학교 수험서요." 라고 말하니
주변의 누나 형들은 민망한 듯 웃거나 놀라거나였다.
다른 친구는 그 얘길 듣고 좋아했는데
또 다른 친구가 너 말고 얘 보고 말해준거라고 말했었다.
5. 고3 하교길. 지나가던 남자가 대뜸 옆에 붙더니 "1학년이니?"
"3학년 인데요?" 라고하니 갑자기 전도를 한다.
고3 중3 전부 길에서 학상 1학년이냐고 물어보았다.
6. 20살 겨울 동네 PC방. 알바하고 있던 여자애가 10시가 되니
내게 신분증을 보여달래서 보여주었다.
내 민증을 본 그 아이는 정말 죄송하다며 자기가 중학생인데
또래인줄 알았다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7. 21살 봄. 대학교 수업에 들어간 난 처음보는 20살 여자애가 다짜고짜
반말을해서 당황했다. 수업 중 나이를 밝히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여자앤 내게 미안한 기색이었다.
8. 21살 용산 호프집. 친구랑 들어가려니 아주머니까 굉장히
따갑게 자리가 없단다. 오후 5시라 모든 자리가 비어있었다.
그 뒤 민증을 보여드렸더니 갑자기 반숙프라이를 주시면서 미안해하셨다.
호프집에서 서비스로 반숙프라이를 받아본 건 처음이었다.
9. 23살 복학 전 백화점 알바. 어느 여성분이 소리질렀다.
"여기서 학생 일 하면 안돼요!"
"...저 군대다녀왔는데요?" 라고 하니 그 여성분은 사라졌다.
이런 일이 겨우 2달 근무 중 2번 일어났다.
10. 23살 백화점 알바. 중학생 자녀를 둔 아주머니 3분.
"학생같아 보이는데 일해도 되는 거 맞아? 고등학생? 혹시..중학생?"
"저 군대도 다녀왔어요."
"허어- 얼~마나 좋은 곳으로 다녀왔으면..."
뭐라는 거야 ㅅ..
11. 23살 백화점 알바. 수선해주는 노부부 중 할아버지가
갑자기 몇 살이냐고 물어보셨다.
"저 23이요."
"그럼 군대는?"
"갔다왔어요."
"애기가 군대를 다녀왔어?"
"하하;;"
12. 24살 동네 슈퍼. 친구 담배를 사러 가게에 들어갔더니
신분증을 요구한다. 그러려니 하고 냈는데 아저씨가 갑자기
내 신분증을 손톱 날을 세워 계속 긁었다.
"제 나이 맞아요."
"네에."
아저씬 대답을 하지만 끝까지 의심스러운지 계속 긁어댔다.
그렇게 몇 분을 긁었으면서도 팔면서도 조금 의아해했다.
13. 27살 송년회. 지사 아주머니께서 내 나이를 물어보셨다.
"20살?"
"아.. 저, 27이요."
지사엔 고등학교 졸업하고 입사한 20살이 있었고
군 복무 대신 공장에서 일하는 20대 초반도 있었다.
14. 28살 회사 야유회. 지사 아주머니 직원분의 질문.
"학교 졸업하고 왔으면 이제 20살?"
"네? 대학교 졸업했어요. 28살..."
그 분은 지사직원 난 본사직원이었다.
15. 28살 회식 2차. 펍인지 바인지 헷갈리던 곳. 누가보아도
회사직원들의 구성원이었는데 나만 콕 찝어 그 곳 여직원이
신분증을 달라고했다.
"28살이에요."
"아..."
하며 검사까진 하지 않았다.
다행히 이 나이때부턴 미성년자로 보진 않았다?
여기 적은 것 말고도 사람들이 굉장히 무례하게 군 적은 많았다.
버스기사가 나에게만 인사를 하지 않는다던지
내 나이를 들으면 왜이리 많냐고 질문한다던지
그런것들은 기억에서 거의 지워졌다.
'엄청 동안이시네요? 나도 어려보인다고 듣는데.'
이런 말씀을 하신분도 계셨지만 이런 건 카운트하지 않는다.
진심인지 예의상 하는 말인지 알 도리가 없으니.
물론 23살에게 예의상 동안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 같긴했지만.
사실 난 그냥 성장 자체가 느리기도 하다.
어금니가 나왔을 때가 26살이었다.
처음엔 사랑니가 반듯하게 났다고 좋아했었다.
반듯하게 났으니 안 뽑고 잘 쓰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3년 뒤 29살에 사랑니가 올라오고 이게 어금니라는 걸 알았다.
키는 여전히 작지만 28살에 직장인 검진을 했더니 키가 아주 약간(0.8cm) 자라있었다.
일어나자마자 키를 재면 크게나온다고 해서 일부러 낮에 가서 검사를 했었다.
내가 아무리 어려보여 무례한 일을 많이 겪었지만
불면증이 극심하고 식욕이 부진했을 땐 초췌해졌기에 누구도 어리게 보지 않았다.
40대까진 유전적으로 어려보이는 사람이 동안이고
그 이후엔 운동하는 사람이 동안으로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가
만 나이32이 되었음에도 아직도 일행 중 나만 검사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다만 20대 중반까지의 의심, 날 선 반응이 아닌 확인차원의 정도.
생김새가 어려보여 기분 상했다면 당신은 100퍼센트 동안이다.
그런 적 없었다면 주변사람들 괴롭히지 말고 나이, 액면가 관련 질문은 삼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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