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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일기(일부비공개)

22. 우울증 일기 - 우울증을 밝혔지만 날 떠나지 않은 친구들

by 스토리대전 2021. 4. 9.

친구가 일자리를 구하느라 고민이 많다.

다른 친구가 일자리를 구해줄 순 있지만 워낙 힘든 일이라 추천은 안 하는데 일자리를 구하는 친구는 계속 고민하기에

 

"만나서 얘기할래?"

 

라고 물어봤더니 일자리를 구하는 친구가 카톡으로 일자리를 구해줄 수 있는 다른 친구에게 오랜만에 보자고 했다.

그러자 바로 일하던 그 친구가 내게 전화를 한 뒤 나오라고 한다.

전해줄 물건도 있고 추천해줄 수 있는 일을 정확히 듣고 싶은 것도 있어서 나도 나갔다.

혜화에서 예전에 한 번 갔었던 회전초밥집에 가서 일 얘기를 조금 나눴다.

덕분에 일을 구하는 친구의 생각도 조금 확고해진 것 같다. 내가 원하던 그림이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우리 집 근처 혜화까지 나온 친구를 초밥만 먹이고 보내긴 아쉬웠다.

다른 친구도 일하는 시간이 많아 만난김에 더 놀고 싶어 했다.

초밥을 먹으며 맥주를 조금 마셨기에 술을 더 마시자고 했는데 시간이 워낙 이르기에 연 곳이 없었다.

시간을 보낼 겸 우린 방 탈출 가게를 찾아 들어갔다.

평일 이벤트가 13,000원. 3명이니 3만 9천원이다.

 

1명은 1번 경험이 있었고 나와 다른 친구 하나는 처음이었다.

그래도 중급코스를 골라 들어갔다. 초급 코스는 단어들이 너무 판타지틱 했다.

 

시간은 60분.

우린 꽤 머리를 쓰며 즐겼다. 문제는 이런 곳이 처음이라 번호를 찾아내도 자물쇠 해제 방법을 몰라 엄청 헤맸다. 5개의 방이 있는데 그중 1번째 방에서 25분 정도를 사용했다. 이미 망했기에 힌트도 요청하고 꽤 빠르게 문제를 풀었다.

그 덕에 마지막 방까진 갔지만 그 방에 도착해 조금 헤매니 시간이 다 되었다.

 

처음이라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이제 술을 마시러 나왔는데 눈 앞에 양꼬치 사진이 보였다. 한 친구가 "양꼬치?"라고 말하니 다른 친구가 "양꼬치는 ㅇㅇ이네 집 쪽으로 가야 되는데."라고 말했다.

 

두 친구 모두 우리 집 근처에 오래되고 유명한 양꼬치를 사 먹인 적이 있었기에 둘 다 거부감은 없었는지 바로 택시를 잡았다. 상대적으로 이른 시간이었지만 양꼬치집은 열려있었다.

거기서도 무슨 얘길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별 내용 없이 떠들었다. 예전에 나누었던 대화도 다시 상기시켜 나누기도 했다. 양꼬치를 다 먹고는 한 친구는 졸려해서 먼저 보냈다. 남은 친구도 간다는데 이 친구는 평소 노래방에 가고 싶어도 갈 기회가 별로 없다는 걸 알기에 "노래방 갈래?"라고 물었다. 그러자 친구는 "그럴까?"라고 답하고는 노래방으로 걸었다.

 

꽤 많은 곡을 부르고 친구를 보냈다. 보냈는데...

산책을 하려고 가던 내 옆에 친구의 모습이 다시 보였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핸드폰이 없어졌단다. 우린 노래방에 다시 가봤다. 분실함과 좀 전에 놀았던 방을 찾아봤지만 휴대폰은 없었다. 아르바이트생을 기다렸지만 보이지 않았다. 난 주인 분 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했다.

 

원래 6시까지 아르바이트생이 일하고 자기가 교대해야 하는데 차가 막혀 조금 늦으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기다리라고 6곡을 원격으로 넣어주셨다. 우리 실수인데 기다리는 시간 지루하지 말라고 무료로 6곡을 주신 것이다. 예전에 노래 부르고 곧 가려할 때 슬쩍 2곡을 넣어주시기도 하셨다. 주인 분 덕분에 그나마 덜 지루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

 

돈도 없는데 꽤 많은 지출을 한 하루지만 내가 기댈 때 날 떠나지 않은 사람들이니 돈을 아끼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쪼들려도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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