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노래를 듣다가 벌써 10개월 전 읽었던 글을 다시 읽으러 갔다.
내용은 친구의 자살이고 집필자는 죄책감을 느끼는 글을.
이 일기를 쓸 때의 감정은 항상 비슷하다.
유서를 쓰고 싶다.
그 때 마다 항상 조금은 마음이 변했었다.
그래도 아직까지 변하지 않는 게 있다.
그 내용은 평소에는 용기가 없어 말하지 못하는 내용이다.
유서를 쓴다면 밑의 내용들은 반드시 넣고 싶다.
너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나라는 사람을 알려고 해 줘서 고맙다.
차가운 표정, 차가운 말투밖에 하지 못하는 내게 관심을 줘서 고맙다.
진심으로 바란다. 내 죽음을 알게 된 사람들이 행복하게 내 죽음에 대해 얘기하기를.
장례식은 필요없다. 진심이다. 부고로 부담을 주기도 시간을 뺏어 귀찮게 하기도 정말 싫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무언가를 빼앗고 싶지 않다. 그런 마지막은 원하지 않는다.
내 마지막 얘기를 들어줘서 고맙고 네가 얘기할 기회를 없애서 미안하다.
날 지켜준 것에 사랑을 느꼈다. 그 사랑에 배신한 날 떠올리지 마라.
아프다. 정말 아프다.
옆에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내가 누굴 위로한들 위로가 될까 싶지만 괜찮다.
너희를 위로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아주기만 하면 된다.
밑에는 누군가를 떠나 보낸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다.
나와의 이별로 너무 아파하지 마.
내가 아픈 건 네 잘못이 아냐.
난 네 덕분에 행복을 알았는데 넌 나 때문에 죄책감을 알게하고 싶지 않아.
오히려 죄책감을 느껴야 할 사람은 나야.
너와 같이 있던 시간들을 어둡게 만들었으니. 그러면서도 헤어지기 싫어했으니.
너무 미안했지만 네가 좋았어.
내게 소릴 질러도 짜증을 내도 장난스럽게 굴 때도 어쩌다 차갑게 대할 때도.
너라서 좋았어. 날 떠나지 않아서.
그런데도 난 널 떠났어. 미안하다 하지마. 네가 미안해할수록 난 행복하지 않아.
이기적이지? 네게서 행복만 받아 간 난 끝까지 내 행복만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너도 행복해지는 것만 생각해. 그게 우리들에게 좋은 거니까.
울지마. 위로해줄 수 없어 너무 미안하니까.
이 글을 쓴 이후. (추가 글)
나가서 상담전화를 걸었다.
부드럽고 노련한 말투로 형식적인 질문을 해주셨다.
난 의외로 웃으면서 대답했다.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
그리고 말하지 않으려 했던 아주 오래 전 기억들까지.
영하 10도의 날씨에 천 옆에서 전화를 하던 나뿐만아니라
상담사분이 점점 입으로 숨을 쉬시는 게 들렸다.
내 얘기를 듣고 눈물이 나오시는 건가 싶었다.
미안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때문에 슬퍼지게 만들다니.
난 오늘 들어주셔서 너무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사실 고마운 정도가 아니라 사랑하고 싶었다.
아는 건 상대의 목소리 뿐이지만 내 아픈 얘기를 들어준 것 뿐이지만 그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감정이 올라왔다.
직업상 내 얘기를 들어준 거란 걸 알지만 그래도 기대고 싶었다.
그녀가 40분이 넘는 시간동안 잘 들어주었단 사실만으로 눈물이 나왔다.
어쩌면 난 사람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으로 태어났던 걸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부터 '사람이 싫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난 사람이 그립다.
따뜻하고 밝은 사람을 보면 닮고 싶고 곁에 가고 싶다.
그런 사람에게 금방 흡수당하고 싶다.
하지만 겉으론 멀리하려는 척 싫어하는 척 했다.
그들을 곁에 두고 싶지만 용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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