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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일기(일부비공개)

15. 우울증 일기 - 집중력 올리는 방법은 화를 내는 것

by 스토리대전 2021. 3. 4.

보통 공부할 때 소음, 잡음이 전혀 없는 곳에서 집중력이 높게 유지되었다.

난 집중력이 강할 땐 정말 강하지만 그 시간이 유독 짧다.

 

정말 강한 집중은 30분 정도.

중간 이상의 집중은 90분이 한계다.

이후엔 아무리 쉬어도 수면 전 까진 그 집중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잡념, 망상으로 이어질 때가 많았다.

고등학생 때 몇 번의 실험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내가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건 화다.

내가 평소 뉴스를 읽고 내는 화.

타인에게 내는 화를 독서할 때 생각했다.

 

학창시절엔 열심히 이해하거나 정리한 걸

별로 친하지 않은 급우에게도 설명해주거나

내가 기록해 놓은 걸 대가없이 알려주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랬던 내가 싫다. 병신같다.

그 새끼들은 내게 정보만 빼가고 날 밟을 생각 뿐.

앞에선 좋게 보지만 속으론 병신 취급할 뿐.

 

그런 회상을하니 나도 마음을 바꾸게 되었다. 

 

'나 이외 다 불합격되도 상관없다.'

'경쟁상대는 돕지 않는다.'

'굶어 죽든 정신적으로 마지막이든 내 일 아니다.'

 

이런 생각을하니 게으르고 나태했던 내가 조금은 열심히다.

더 이상 '내가 떨어지면 다른 누군가는 행복하겠지.'라며

게으름을 합리화하지 않을 거다.

 

보이지 않는 경쟁자들에게 화가나니 이상하게 잡념이 사라졌다.

내가 카페인과 중독에 의지않고 이렇게 집중할 수 있다니 놀랐다.

 

난 원래 평화주의, 안일, 게으름, 나태가 어울리는 놈이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날 화나게 한다.

 

날 속이고, 내게 받기만 하고, 내가 상처를 치유해줘도 내게 상처를 주었다.

속아주면 뻔뻔해지고 더 주면 더 빼갈 생각이거나 부담스러워 할 뿐.

내가 원하는 관계가 아닌 상대방이 날 특정한 역할로 만들어 놓은 관계.

지표로 보여주기전엔 날 무시하거나 믿지 않는 관계.

그리고 이유없던 정서학대.

 

형과 1대1로 마주보고 서 있는다.

몇 시간이고 서 있는다.

이 때 웃는 사람은 뺨을 맞는다.

만일 뺨을 약하게 때리면 아버지에게 뺨을 맞는다.

둘 다 웃는다면 서로 뺨을 때린다.

아무도 웃지 않으면 아버지에게 둘 다 뺨을 맞는다.

 

정서학대 수준은 위의 경우 1가지만 써도 어느정도일지 알 것이다.

위의 게임은 난 초등학교 1학년 때 몇 번씩 했었다.

지금도 생각하니 화가 치민다.

 

그렇게 내 안에 화는 많아졌다.

화가 많은 사람은 주변사람들이 거리를 둘 뿐. 좋은 게 없다.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이젠 '화'라는 에너지가

내 안에 많다는 것에 안정감을 느낀다.

 

집중력이 필요할 때 화를 내면 잡념이 사라지니

몇 시간이고 집중할 수 있었다.

바로 앞에 흥미있는 영상이 틀어져있어도 상관없을 정도였다. 

이 일기를 적는 이유도 이 사실을 내게 다시 상기시키기 위함이다.

 

식음전폐.

그림에 빠졌을 땐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았고

바둑에 빠졌을 땐 잠도 제대로 자지 않았다.

 

이젠 어디에 빠지지 않아도 충분히 집중할 방법을 찾아 기쁘다.

그리고 감사한다.

 

날 이렇게 화가 많은 인간으로 만들어준 병신들에게.

일말의 감사를 느낀다. 그리고 미안하다.

어떤점이 당신들을 병신으로 만들고 있는지 말해주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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