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잘 하고 싶을 때
그 일에 중독되는 게 가장 쉬운 일이란 걸 안다.
그 일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타인을 만족시키는
경제적으로 가치있는 일이라면 정말 좋다.
난 초등학생 때 이미 게임중독이었다.
학교 가는 날에도 하루 4~5시간만 자며 집에 있던 모든 시간을
게임에 쏟아 부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 문득 공허했다.
친구들은 학원에 다니며 중학교를 준비하고
친구들은 서로 어울리며 관계를 돈독히 할 때
난 불규칙하게 키보드를 두드리기만 했다.
무서웠다.
뒤쳐지는 게 무서웠고 혼자 있는 것 같아 두려웠다.
그렇다고 현실에서 행복할 자신은 없었다.
사실, 내가 게임에 빠진 건 초등학생보다 전이다.
6살. 만 나이 4살에 난 이미 게임으로 밤을 샜다.
들키지 않으려고 7시에 자는 척을 했었다.
어릴적부터 무언가에 중독되어서 그런가
공허함과 무기력했던 난 담배든 술이든 도박이든
무언가에 중독되고 싶었다.
중독을 이겨낼 자신은 있었다.
중독을 이겨내서 성취감을 느끼고 싶었다.
무언가에 중독되지 않으면 잡념이 일상을 뺏어간다.
바둑에도 중독되었던 적이 있다.
중학생 때인데 학교를 다녀와서 바둑만 둔다.
배고파도 저녁은 우유로 때우다 늦은 밤 라면을 먹었고
아침까지 계속 바둑만 두었다.
그리고 수업을 듣다가 코피를 쏟고 그런 정도였다.
난 무엇이든 중독될 일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릴적 있던 열정은 지독한 괴롭힘에 식었다.
식은 열정을 어디에라도 붙여보고 싶지만 열정 생기는 곳이 없다.
오늘 밤이 내일과 끊어져도 상관없는 삶.
내겐 중독밖에 없다.
내 병은 완치 불가능이니.
인생을 거의 통째로 다시 사는 게 아니라면 중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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