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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일기(일부비공개)33

우울증이 주는 의외의 이점 결론부터 말하겠다. 우울증의 이점은 가짜 관계를 전부 청소해주는 거다. 가짜 관계란 친구, 지인 더 나아가 애인, 가족까지도 포함된다. 이 가짜 관계들은 우울증임을 밝히거나 우울증 전보다 많이 찾게되면 알아서 정리된다. 만약 당신이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게 중요하고 그런 인맥관리를 한다면 절대 그러지 마라. 그게 아니라 반대로 내 삶을 정말 소중한 인연들로만 채우고 싶다면 우울증임을 밝혀라.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을 더 자주 찾아라. 이기적이지만 그 사람이 귀찮아해도 당신이 원하면 찾아라. 멀어지면 그 정도의 인연이었던 것이고 계속 날 신경쓴다면 그 사람에게 난 중요한 사람이다. 물론 이 시기에 같이 있어준 사람이 힘들어할 때 배신하지 마라. 그런 사람을 필자는 정말 극혐한다. .. 2021. 4. 5.
21. 우울증 일기 - 택배가 잘못 왔다. 오후 4시. 현관 밖에 물건을 두고 가는 소리가 들렸다. 물건을 확인해 보니 남성부츠였다. 분명 잘못온 물건이다. 송장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한 남성이 받았는데 택배가 잘못온 걸 알려줘서 고맙다 하셨다. 이후 택배사에서 전화가 왔다. 택배사에 우리집 주소를 알려주었는데 저녁이 되어도 물건은 그대로 있었다. 7시쯤 전화가 왔다. 내가 전화를 걸었던 번호. 부츠의 주인이었다. 그는 사례라도 해야하는데...하며 오토바이로 우리 집 근처까지 왔다. 난 도착했다는 전화를 듣고 약속에 늦은 사람처럼 뛰었다. 당연히 사례도 괜찮다고 그냥 오시라고 했었다. 그 사람도 자기잘못도 아니고 피해자인데 사례를 받고 싶진 않았다. 그냥 감사하다는 인사가 기분좋았다.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남성분으로 보였는데 헬맷을 .. 2021. 3. 31.
20. 우울증 일기 - 우울증 친구 이해할 수 없는 이유 한낮의 햇빛 때문인지 불쾌하게 일어났다. 정신이 다 들기도 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우울증 : 일어나기 싫지? 누워있어. 우울증 : 씻고 밥 먹어도 할 일도 갈 곳도 없잖아. 오늘 안 씻어도 상관없잖아. 우울증 : 어차피 아등바등 노력해서 뭘 이룬다 해도 그 속에서도 괴롭고 외로워. 나 : 이제 깼어. 우울증 : 깨어나도 침대에서 일어나려면 6시간은 족히 필요하잖아. 우울증 :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었고 오늘도 똑같아. 우울증 : 그냥 시간이 흐르고 있는 거지. 달라진 건 없어. 나 : 그런 거 같기도 해. 우울증 : 내일을 바꾸려고 할 필요 없어. 우울증 : 어차피 죽으려 할 거잖아? 우울증 : 의지할 곳도 희망도 없으면 죽으러 갈 거잖아. 나 : 그때를 준비해야 하지 않아? 우울증 : 달라지.. 2021. 3. 26.
19. 우울증 일기 - 친절을 베푸는 건 기쁘다 오랜만에 외출이다. 철도 적성검사를 위해 멀리까지 가야했다. 아침에야 잠이든 난 3시간 정도를 자고 밥 대신 커피와 에너지바만 먹고 집을 나섰다. 의왕역까지 가던 1호선엔 낮 시간이라 그런지 대학생들도 많이 보였다. 마냥 부럽다는 생각이들었다. 그러다 꽤 멀리가서 한 아주머니가 철 손잡이 부분에 머리를 대고 꾸벅꾸벅 졸고계셨다. 졸고계신 그 분 쪽에 출입구가 열리고 많은 손님들이 내리고 타고하니 잠이깨셨는지 반대편으로 가서 다시 눈을감고 벽에 기대셨다. 23살 무렵. 군대를 막 전역하고 학교에 과제에 토익학원까지 다녔던 옛 기억이 떠올랐다. 얼마나 잠이 부족했었는지 불면증을 앓고 있었으면서도 서서 잠에 들었다. 새벽 6시에 현관을 나서고 집에오면 항상 11시였기에 과제까지 하면 거의 2~3시에 잠들었던 .. 2021. 3. 25.
18. 우울증 일기 - 자살을 이해하실 수 있나요? 오늘도 뜬금없이 갑작스럽게 욕구가 치솟았다. 슬픈일도 없는데 눈물이 나고 더 울고 싶어졌다. 코가 막히고 압으로 인해 귀가 아프다. 목을 매는 방법을 찾아보고 기름에 불을 붙여 내 몸을 태우는 상상을 한다. 무섭다. 죽음 자체는 이미 무섭지 않게 된지 오래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남겨진 사람들이 받게 될 고통이 제일 무섭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떠나 아파할 사람들은 내 곁에 있어준 사람들 뿐이다. 그들이 날 위해 한 고생들과 성의를 전부 무시하는 행동이다. 삶을 포기하고 죽음을 택했을 때 고통받는 게 날 버리거나 날 고통스럽게 하던 사람들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 친구, 지인들이라니 너무 미안하다. 못 할 짓이다. 내가 죽어버리면 그들이 해준 위로가 내게 전혀 도움이 안됬다는 말로 답하는 것과 같다. 난 .. 2021. 3. 19.
17. 우울증 일기 - 내가 5살에 겪은 것. 5살에 보통 애들은 뭘 겪었을까? 무슨 얘길 듣고 어떤 동심을 갖고 살았을까? 나에겐 없는 추억이다. 난 5살에 내가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는 말을 들은 게 다다. 물론 난 사생아가 아니다. 사생아가 아닌데도 아버진 날 고등학생까지도 사생아로 의심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머니가 날 낳을 때 스트레스를 받아 내 피부가 온통 까맣게 태어나 못생겼던 것이다. 물론 피부색은 크면서 하얀색으로 변했지만 날 사생아로 의심하는 건 여전했다. 내 쇄골이 심하게 비대칭인데 이건 아마 계단에서 아버지가 날 안고 있던 어머닐 때렸을 때 어머니가 날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강하게 잡으셨을 때 그렇게 된 것 같다. 유치원 졸업사진을 보아도 이미 쇄골이 비대칭이 되어있었으니. 그 이전 나이에 일이 있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 2021. 3. 14.
16. 우울증 일기 - 인간 종류 관찰 서로 미워하는 게 유행이다. 나와 다른 사람을 멸시하고 벌레를 뜻하는 한자 '충(蟲)'을 붙여 부르기도 한다. 세대, 지역, 남녀, 소득, 정치, 종교, 직업군으로 멸시하고 급을 나눈다. 이렇게 서로만 옳다고 지껄이는 건 재미없다. 정말 재밌는 관찰은 중도 입장에서 봤을 때 본인에게 유리하게 진술했을 때 제3자가 옳다고 말 해줄때다. 관계에서 누구나 본인이 피해자라고만 한다. 그렇게 해야 '동정'을 얻어 쉽게 듣는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가족, 연인이든 친구든 지인관계든 인터넷에서 글을 쓸 때나 정황을 모르는 누군가하고 만나 얘기할 때 누구나 본인을 피해자로 만든다. 본인을 피해자로 만듦으로써 자신이 한 '행위'를 정당화 시키고 상대방으로서 그 '행위'가 합당했다는 생각을 준다. 그.. 2021. 3. 12.
15. 우울증 일기 - 집중력 올리는 방법은 화를 내는 것 보통 공부할 때 소음, 잡음이 전혀 없는 곳에서 집중력이 높게 유지되었다. 난 집중력이 강할 땐 정말 강하지만 그 시간이 유독 짧다. 정말 강한 집중은 30분 정도. 중간 이상의 집중은 90분이 한계다. 이후엔 아무리 쉬어도 수면 전 까진 그 집중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잡념, 망상으로 이어질 때가 많았다. 고등학생 때 몇 번의 실험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내가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건 화다. 내가 평소 뉴스를 읽고 내는 화. 타인에게 내는 화를 독서할 때 생각했다. 학창시절엔 열심히 이해하거나 정리한 걸 별로 친하지 않은 급우에게도 설명해주거나 내가 기록해 놓은 걸 대가없이 알려주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랬던 내가 싫다. 병신같다. 그 새끼들은 내게 정보만 빼가고 날 밟을 생각 뿐.. 2021. 3. 4.
14. 우울증 일기 - 사람을 읽는 다는 것 어릴 적의 난 '눈치가 없다.'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초등학생, 눈치가 없는 게 정상일 나이었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 때 분위기는 심각하지 않은 그저그런 일상의 느낌.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런 말을 들은 이유는 그저 '어른의 어리광'이라 생각한다. 난 눈치만 없는 게 아니었다. 눈치보며 살기 싫은 어린아이였다. 지금도 확신, 신념이 있다면 타인의 눈치는 안 본다. 논쟁이 될만한 부분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하자. 자신있다.' 라고 했었다. 져주거나 맞춰주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내가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고 틀렸다고만 하니 나도 그들에게 맞춰주지 않았다. 난 눈치를 보아도 눈치보며 살기 싫다는 말에 확신있다. 꽤 어릴적부터 특정상황에서 타인의 표정을 관찰하는 .. 2021. 3. 1.
13. 우울증 일기 - 가족 죽이는 꿈 꿈이 행복하다고 느낀 건 22살이 마지막이다. 그 이후의 꿈은 항상 불쾌하거나 식은땀이 나는 꿈들 뿐이었다. 포박당한 채 신체 일부가 토막나거나 재입대를 하거나 분명 제대했는데 다시 군사훈련을 받거나 날 죽이러 오는 사람들에게 저항하거나 또는 날 죽이러 오는 사람들에게서 도망치거나 끔찍한 소리로 내 옆에서 자살하는 사람을 보거나 들키고 싶지 않은 일을 들켜 지금의 작은평안이 무너지거나 그런 꿈들이었다. 최근엔 수면시간이 너무 많아 꿈도 꾸지 않았다. 그래서 차라리 괜찮았다. 무기력과 과다수면으로 사는 게 가치없이 느껴졌지만 요즘 화나는 일이 너무 많아 스트레스가 차니 다시 꿈을 꾸었나보다. 그 꿈은 아무렇지 않게 가족을 죽이는 꿈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족들 일부가 화약고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 2021. 2. 27.
12. 우울증 일기 - 너무 많이 잔다 몸에 이상이 생겼다. 확신한다. 원랜 한 번 깊게 자고 못 자는 타입이었다. 요즘은 일일 14시간 정도를 잔다. 하루는 평소 생활시간대로 버텨보았다. 12시간을 자고 일어나 있게된지 4시간만에 눈꺼풀이 무거웠다. 그렇게 17시간 정도를 깨어있었다. 토요일 오후 3시에 자서 처음 깬 시간이 일요일 자정. 밤 먹고 몇 시간 있다 다시 자서 깬 시간이 아침 9시. 역시나 먹고 또 다시 자니 오후 4시. 조금 깨어 있다가 몸이 추워 다시 자니 오후 11시 40분이었다. 이렇게 된지 1주일 정도가 되어간다. 6년 전엔 불면증이었다. 이틀에 3시간만 자는 삶. 미칠 것 같았다. 아무리 누워있어도 잠에 들지 못한다. 잠을 한 번에 몰아자는 현대인의 습관 같은 정도가 아니었다. 그냥 못 잔다. 아무리 피곤해도 눈 뜬 .. 2021. 2. 22.
10. 우울증 일기 - 잡념 정말 오랜만에 다시 하는 공부다. 단순 암기지만 머리에서 정리해야 하기에 소설책 읽듯 읽을 순 없다. 커피를 마시고 1시간은 괜찮았다. 집중도 잘 되었고 이해도 잘 되었다. 문제는 1시간 뒤 집중력이 떨어졌다. 정확히는 잡념들이 올라왔다. 내가 그 때 그렇게 안 했더라면... 지금은 다른 관계로 발전하지 않았을까? 지금과는 다른 과거, 추억이 남아있지 않을까? 왜 난 내 감정에 충실하지 못할까? 이런 잡념들이 공부를 방해했다. 커피의 효과가 떨어진 것이다. 학창시절에도 항상 이랬다. 이 잡념들이 문제였다. 잡념없이 집중해서 1번 읽은 지문의 내용을 1주일 정도는 기억했었다. 문제는 이 잡념이 60분~90분만 지나면 나타난다. 쉬었다가 다시 하면 집중력이 환기되어 그 전의 느낌은 없지만 잡념은 사라진다. .. 2021. 2. 17.